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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한국 이행 현황과 평가

by 행복한세상0910 2025. 3. 30.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장애인의 권리 보호와 평등한 사회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국제적인 기준으로, 세계 각국의 장애 관련 정책과 제도를 평가하는 핵심 프레임입니다. 한국은 2008년에 이 협약을 비준하면서 국제 기준에 맞는 장애인 권리 정책을 수립하고 개선해 왔습니다. 하지만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효성 부족과 현장 미비라는 평가가 존재합니다. 본 글에서는 CRPD의 의미와 더불어 한국의 이행 현황, 실효성 문제, 장애인 당사자 참여의 현실, 향후 과제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증애인권리협약 관련 이미지

CRPD의 의미와 국제적 기준으로서의 중요성

CRPD는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의 약칭으로, 장애인을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 규정하고 그 권리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06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어 2008년 발효된 이 협약은, 단지 선언적인 수준을 넘어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 협약입니다. CRPD는 교육, 노동, 이동권, 접근성, 정치 참여, 문화 향유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구체화하며, 당사국은 이를 이행하기 위한 법률과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 협약의 핵심은 장애인을 '보호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본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존의 복지적 관점에서 권리 기반 접근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국제사회는 이를 통해 각국의 장애 정책을 감시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CRPD 비준 이후 제도적 진전과 입법 조치

한국은 2008년 CRPD를 비준한 이후, 관련 법과 제도에 일련의 변화를 도입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교육, 고용, 의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차별을 당한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또는 법원을 통해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 및 권리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특수교육 진흥법을 기반으로 통합교육이 장려되었고, 고용 측면에서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일정 비율의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편의증진법을 통해 건축물, 교통수단, 정보통신 설비 등 전반에서 접근성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장애인의 일상 접근 환경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적, 제도적 조치는 CRPD 이행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효성 부족과 구조적 한계

제도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의 실효성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먼저 장애인 고용 의무제는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이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고용된 장애인이 단순 업무에 제한되거나 승진 기회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교육 분야 역시 통합교육이 확대되고는 있으나,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해 일반 교사들이 장애학생을 적극적으로 지도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또한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은 여전히 웹 접근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동권 보장 측면에서도 농어촌 지역이나 중소도시의 교통환경은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는 단순한 법령 제정만으로는 장애인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현장 중심의 모니터링과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제도 운영이 병행되어야만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 참여의 현주소와 구조 개선 필요성

CRPD는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정책 형성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 또는 단체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제한적입니다. 행정기관의 공청회나 자문회의에 초청되긴 하지만, 대부분 의견 수렴에 그치며 실제 정책 반영까지 이어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특히 지적장애인이나 중증장애인의 참여는 더욱 제한되어 있어, 목소리가 제도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존재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장애유형별 대표성을 갖춘 자문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아울러 장애인 단체의 의견이 단순 참고자료가 아닌 정책 결정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권한을 부여해야 하며, 장애인 자조단체에 대한 재정 지원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구조로 전환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권리 보장은 요원합니다.

국제사회의 평가와 향후 개선 과제

한국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로부터 두 차례 국가 보고서 심의를 받았습니다. 첫 번째 검토는 2014년, 두 번째는 2022년에 이루어졌으며, 유엔은 여러 긍정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개선이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주요 지적사항으로는 장애인의 탈시설 정책이 지연되고 있으며, 장애여성에 대한 이중 차별 방지 대책이 부족하고,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간 장애인 서비스 수준의 편차가 크고, 농어촌 지역에서의 의료, 교통 접근성 역시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한국은 단순히 법제화에 그치지 않고 실행력을 확보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하며, 각종 법령과 계획에 실질적인 예산과 인력을 배정해야 합니다. 특히, 장애인 인권 교육을 공무원과 교사를 대상으로 정례화하고, CRPD 이행 점검을 위한 독립적 평가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시됩니다.

결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장애인을 단지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국제적 기준을 제시합니다. 한국은 협약 비준 이후 제도적 기반은 상당히 확립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입법뿐만 아니라, 실제 이행 과정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며, 실행력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형식적 준수보다는 실질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이는 한국이 진정으로 장애인 권리 국가로 거듭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