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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후기

by 행복한세상0910 2025. 6. 3.

오늘은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참고하시라고 중증장애인분이 쓰신 후기 작성해 봅니다.

제가 처음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알게 된 건 2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사고로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고 퇴원한 직후였고, 집에 돌아왔을 때 세상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전동휠체어를 받긴 했지만, 그걸 타고 문을 나서는 것조차도 혼자서는 불가능했습니다. 요리를 하는 것도, 세수를 하는 것도, 빨래를 하는 것도 모두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자 관련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직원분이 “중증장애인이면 활동보조인 지원도 가능해요”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이런 복지까지 내가 받아도 되나?’, ‘누군가 날 매일 도와준다고?’ 생각하며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며 이건 단순한 혜택이 아닌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권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 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장애인과 보호자 사진

신청 과정부터 평가까지의 여정

신청은 주민센터에서 접수한 후, 국민연금공단의 조사관이 집으로 방문했습니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 거주 환경, 동거인 유무, 응급상황 대응 가능 여부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 제 생활의 불편함과 두려움을 전달했습니다. 조사관도 매우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서 다행히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는 2주 후 우편으로 도착했습니다. 저는 ‘중증 지원 대상자’로 분류되어 월 180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이제 혼자가 아니다’라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처음 만난 활동보조인, 낯설지만 따뜻했던 시작

이후 복지기관을 통해 배정된 활동보조인 선생님은 50대 중반의 여성분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매우 낯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신체를 맡긴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배려 깊게 다가와 주셨습니다.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기보다는, 필요한 걸 조용히 챙겨주시고, 제가 힘들어 보일 때는 눈치 빠르게 도와주셨습니다.

아침 식사 준비, 세면, 약 챙기기, 병원 외출 동행 등 하나하나가 전에는 넘기 힘든 산 같았지만, 그분 덕분에 제 하루는 조금씩 안정감을 되찾아갔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저를 ‘환자’로 대하지 않고, ‘한 사람’으로 존중해 주셨다는 점입니다. 장애 이전의 나를 잊지 않게 해주는 그런 태도였습니다.

삶이 바뀌는 순간들

가장 큰 변화는 외출이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병원 진료도 몇 번이나 미루고,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온라인 주문에만 의존했지만, 지금은 활동보조인과 함께 버스를 타고 마트에 가고, 산책로를 걷고, 심지어 작은 도서관까지도 갑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제게는 ‘내가 다시 세상 속에 있다’는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경험이었습니다.

활동지원사는 단순한 일손이 아니라, 내 삶의 동반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주기적으로 활동계획을 조정하고, 서비스 시간을 조절하며 제 생활이 더욱 주도적으로 변해가는 것도 스스로에게 큰 의미였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도움받는 입장이 아니라, 제가 원하는 생활을 설계하고 선택하는 주체가 된 기분이 듭니다.

마무리하며: 복지는 권리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저처럼 망설이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시혜가 아닙니다. 복지는 권리입니다. 단지 우리가 그 권리를 잘 몰랐던 것뿐이고,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저 역시 그 한 발을 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순간 이후로 제 삶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장애로 인해 일상이 멈췄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통해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 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관련 정보: 활동지원 신청은 복지로(www.bokjiro.go.kr) 또는 주민센터에서 가능합니다. 문의: 보건복지상담센터 ☎129